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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단풍/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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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4 19:07: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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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군다

 - 『거미』(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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