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동해남부선/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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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백무산
바닷가가 보이는 작은 역에 기차는 서네
이제 막 다다른 봄볕을 부려놓고
동해남부선은 남으로 길게 떠나는데
방금 내 생각을 스친, 지난날의 한 아이가
바로 그 아이가, 거짓말처럼 차에서 내려
내 차창 옆을 지나가고 있네
아이를 둘씩이나 걸리고 한 아이는 업고
양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내가 오래 전 이곳 바닷가에서 일하던 때
소나기에 갇힌 대합실에서 오도가도 못할 때
우산을 씌워주고 빌려주던 저 아이
작은 키에 얼굴은 명랑한데
손은 터무니없이 크고 거칠었던 아이
열일곱이랬고 고무공장에 일 다닌댔지
우산을 돌려주려 갔다 빵봉지를 들려주다
잡고 놓지 못했던 손
누가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기차는 떠나는데
봄볕이 저 아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데
누가 제발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 『길 밖의 길』 (도서출판 갈무리, 2004)
바닷가가 보이는 작은 역에 기차는 서네
이제 막 다다른 봄볕을 부려놓고
동해남부선은 남으로 길게 떠나는데
방금 내 생각을 스친, 지난날의 한 아이가
바로 그 아이가, 거짓말처럼 차에서 내려
내 차창 옆을 지나가고 있네
아이를 둘씩이나 걸리고 한 아이는 업고
양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내가 오래 전 이곳 바닷가에서 일하던 때
소나기에 갇힌 대합실에서 오도가도 못할 때
우산을 씌워주고 빌려주던 저 아이
작은 키에 얼굴은 명랑한데
손은 터무니없이 크고 거칠었던 아이
열일곱이랬고 고무공장에 일 다닌댔지
우산을 돌려주려 갔다 빵봉지를 들려주다
잡고 놓지 못했던 손
누가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기차는 떠나는데
봄볕이 저 아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데
누가 제발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 『길 밖의 길』 (도서출판 갈무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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