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두부/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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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박영희
어떤 것은 벗기면 초라해지고
저 잘났다고 설치는데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
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
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
간장을 쏟아붓고
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
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
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
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
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
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
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
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
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
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 『팽이는 서고 싶다』(창작과비평사, 2001)
어떤 것은 벗기면 초라해지고
저 잘났다고 설치는데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
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
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
간장을 쏟아붓고
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
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
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
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
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
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
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
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
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
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 『팽이는 서고 싶다』(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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