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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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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굽은 한 늙수그레가
지퍼를 닫듯
쓸며 가는 외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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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가 문을 열고
쏟아낸 말들 지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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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숲은 등 뒤에서 그 구부정을 바라보다
더 말없이
첫눈처럼 보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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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란 가장 마즈막에 펴오르는 불꽃, 놀이
멀리 기러기 셋
하늘 열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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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