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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목계리/박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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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5회 작성일 2025-02-11 08:14: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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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리/박라연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제 몸을 가득 채운 것들을 신의 흔적이다,
 라고 믿고 살지만
 두 눈으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람의 흔적인 옥수수의 흔들림 감자꽃 향기는
 왕산(王山)이 본 것 중 가장 귀한 것이다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차 파는 오두막집이 보인다
 그 주인은 이미 산(山)의 일부이면서
 바람의 일부일 것이다
 적막 속 어딘가에 집 한 채만 보여도
 왕산(王山)은 그 기(氣)를 바꾼다
 수십만 평의 산을 거뜬히 먹여 살리는 것은
 한 됫박쯤 될까 말까 한
 몇 사람의 숨소리일 것이다
 
 ―시집 ‘우주 돌아가셨다’(랜덤하우스중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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