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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권] 포구/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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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0 21:41: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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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浦口)/박형권

덕수란 놈이 형제섬 남쪽 2마일 지점에서
물툼벙 300마리를 잡느라고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경매에서 돌아왔지요
통발선 모가지를
선창에 묶고 아랫도리에 힘주어 상륙할 때
비닐하우스 안에서 담치를 까던
덕수 마누라 애금이란 년이
분홍색 눈으로 덕수를 더듬었습니다
별이 깜박일 때까지 잠은 오지 않고
파도 펑펑 치는 그 밤에
몸 깎아 살을 불려온 적금을 헤아려보고
집 한 채 지은 듯 마음 뿌듯해지자
몸 어딘가가 불끈불끈 일어섰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새끼들 일찍 재워놓고
하루의 노동을 곱게 모셔서 발 씻겨주어야 할 시간
후다닥 이불 속에 기어들어가
감창소리를 내는데
몹쓸 것들
시끄러워서
동네 사람들 잠 다 깨웠습니다
손바닥만 한 동네에서 좀 조용히 놀지
저것들 재미있게 노는 소리를 듣고
킥 킥 킥 웃으며
옆집 숙희란 년도 슬그머니 구멍 난 남편 러닝을 벗고
분홍색 눈으로 즤 남편 석구를 더듬었는데
선창에 자러 왔던 가창오리 떼가 파다닥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소란한 그것은 밤사이 널리 퍼져
귀 밝은 사람은 밤새 그렇게 놀았다는 거 아닙니까
다음 날
모두 아무 일 없다는 듯, 덕수란 놈은 또 배에서 시동을 걸고
덕수 마누라 애금이 년도 가랑이를 앙다물고 말 한마디 없이 담치를 톡톡 깠습니다
텃밭 마늘처럼 쑥쑥 커주는 새끼들은 병아리처럼 종종종 분교로 가고
오늘은 물일하기 참 좋은 날입니다

  - 『우두커니』(실천문학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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