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지리산에 살 때/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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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살 때/박철
마음은 항상 너에게 있었다
이른 아침 꿈에 놀라
뒤척이다 누워 여명 속에 운무를 마셨다
깊은 곳, 눈먼 구름을 마셨으므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창문 밖은 정전이었다
큰 산이건만 나무 한 그루 바위 한 쪽 찾을 길 없었으며
산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오직 너만이 하얗게 다가왔다
너는 역경(逆境)이었다
처음엔 외로움도 친구였으나
시간이 지나자 그도 내게서 등을 돌렸다
무섭고 서럽던 무릉도원에서
내가 한 짓이라곤 그렇게
밤새도록 구름 하나 안고 재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 년을 살다 내려왔을 때
나는 미쳐 있었다
- 『작은 산』(실천문학, 2013)
마음은 항상 너에게 있었다
이른 아침 꿈에 놀라
뒤척이다 누워 여명 속에 운무를 마셨다
깊은 곳, 눈먼 구름을 마셨으므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창문 밖은 정전이었다
큰 산이건만 나무 한 그루 바위 한 쪽 찾을 길 없었으며
산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오직 너만이 하얗게 다가왔다
너는 역경(逆境)이었다
처음엔 외로움도 친구였으나
시간이 지나자 그도 내게서 등을 돌렸다
무섭고 서럽던 무릉도원에서
내가 한 짓이라곤 그렇게
밤새도록 구름 하나 안고 재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 년을 살다 내려왔을 때
나는 미쳐 있었다
- 『작은 산』(실천문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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