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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미]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문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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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7회 작성일 2025-04-04 10:55: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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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만물상 트럭/문현미

아버지의 트럭은 멈추지 않고 달린다 언제나 아버지는 바깥의 그리움을 궁금해 하셨다 비가 올 듯하면 트럭의 물건들을 덮기 전에 먼저 하늘의 기척에 낡은 귀를 기울이곤 하셨다 방충망, 깔때기, 냄비꼭지, 총채, 소쿠리, 바가지, 빨래집게 등 쏟아질 듯 싣고서 방방곡곡 시골길을 누비고 다니셨다 고무줄 500원, 파리채 1000원! 엄는 게 업씀다요! 확성기에서 터져 나오는 억센 목소리와 너덜 주머니 안에서 어둠을 견디는 지폐 힘을 원망하면서 떠나고 싶었다
여관에서 잘까 텐트에서 잘까 라면으로 때울 건지 식은 밥을 먹을 건지 휴대용 전기장판을 잠시 틀 건지 아예 꺼 버릴 건지 애절한 긴장의 밤과 낮이 흘러갔다 하지만 혼자서 잠들고 싶던 때에도 기어이 내곁을 지키셨던 지붕 같은 사랑이 철없는 반항을 붙들어 매었다
그리도 속 썩이던 딸이 트럭 운전수가 되어 희망의 바퀴를 몰고 계절 위를 씽씽 달리고 있다 아버지와 내가 머무는 그곳이 바로 우리들 유랑부녀의 새 보금자리, 트럭으로 길어 올리던 그날치 행복이 바람길 따라 펄럭거린다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이 환해졌다, 푸르렀다, 아무 수식이 섞이지 않은

  -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시와시학,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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