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운주사에 이르러/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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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에 이르러/문정희
비산비야 황토길을 돌아
긴 무명초 바람에 날리며
화순 능주 운주사에 다다랐더니
앗불사! 그 자리에서 나도 부처가 되다.
웅장한 대웅전에 금옷 입고 앉아 있는
부처가 아니라
흙 위에 나뒹구는 편안한 부처가 되어
나보다 먼저 부처가 된
돌멩이 쑥부쟁이 코도 없는 바위들과
오손도손 이마를 맞대었다.
아랫도리 그대로 땅에 묻은 채
얼굴만 빠꼼히 내놓고
제 힘껏 웃고 있는 하체매몰불이
사방에서 손 흔들며 반가워했다
- 『남자를 위하여』(민음사, 1996)
비산비야 황토길을 돌아
긴 무명초 바람에 날리며
화순 능주 운주사에 다다랐더니
앗불사! 그 자리에서 나도 부처가 되다.
웅장한 대웅전에 금옷 입고 앉아 있는
부처가 아니라
흙 위에 나뒹구는 편안한 부처가 되어
나보다 먼저 부처가 된
돌멩이 쑥부쟁이 코도 없는 바위들과
오손도손 이마를 맞대었다.
아랫도리 그대로 땅에 묻은 채
얼굴만 빠꼼히 내놓고
제 힘껏 웃고 있는 하체매몰불이
사방에서 손 흔들며 반가워했다
- 『남자를 위하여』(민음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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