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물의 처녀/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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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처녀/문정희
붉은 물이 흐른다
더 이상은 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린 두 다리 사이
하늘 아래 가장 깊은 문 연다
치욕 중의 치욕의 자태로
참혹한 죄인으로 죽음까지 당도한다
드디어 다산(多産) 처녀의 속살에서
소혹성 같은 한 울음이 태어난다
불덩이의 처음과 끝에서
대지모(大地母)의 살과 뼈에서
한 기적이 솟아난다
지상에 왔다가 감히 그 문을
벼락처럼 연 일이 있다
뽀얀 생명이 흐르는 부푼 젖꼭지를
언어의 입에다 쪽쪽 물려 준 적이 있다
붉은 물이 흐른다
더 이상은 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린 두 다리 사이
하늘 아래 가장 깊은 문 연다
치욕 중의 치욕의 자태로
참혹한 죄인으로 죽음까지 당도한다
드디어 다산(多産) 처녀의 속살에서
소혹성 같은 한 울음이 태어난다
불덩이의 처음과 끝에서
대지모(大地母)의 살과 뼈에서
한 기적이 솟아난다
지상에 왔다가 감히 그 문을
벼락처럼 연 일이 있다
뽀얀 생명이 흐르는 부푼 젖꼭지를
언어의 입에다 쪽쪽 물려 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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