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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도다리/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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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2 11:41: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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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문인수

대형 콘크리트 수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 겨우 알겠다.
흐린 물 아래 도다리란 놈들 납작납작 붙은 게 아닌가.
큰 짐승의 발자국 같은 것이 무수히
뚜벅뚜벅 찍혔다.
바다의 끊임없는 시퍼런 활동이,
엄청난 수압이 느리게 자꾸 지나갔겠다.
피멍 같다. 노숙의 굽은 등
안쪽 상처는, 상처의 눈은 그러니까 지독한 사시 아니겠느냐. 들여다볼수록
침침하다. 내게도 억눌린 데마다 그늘져
망한 활엽처럼 천천히
떨어져나가는, 젖어 가라앉는, 편승하는

저의(底意)가 있다.

당신의 비애라면 그러나
바닥을 치면서 당장, 솟구칠 수 있겠느냐, 있겠느냐​.

- 『배꼽』(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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