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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마늘밭에서/​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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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14 11:43: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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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서/​도종환​

마늘밭에 바람이 소리없이 분다
민들레 꽃씨가 들을 건너다 가볍게 떨어지고
뚝사초도 함께 흔들린다
쓰러지고 쓰러지며 마늘잎은 소리가 없다
맵고 단단한 것 하나씩 키우기 위해
왕겨 지푸라기 두엄덩이와 함께 썩으며
어둡고 쓰리던 시절 다 보낸 뒤에도
마늘잎은 바람에 몸을 휘이며
아우성치는 법이 없다
뜨겁지 않은 봄볕 속에서
잎끝 노랗게 태우며 살아도
소리침 하나 없이 마늘잎은 쓰러지고 일어선다
마늘밭 위로 바람이 분다
흙 묻은 머리칼 귀밑머리께로 쏠린다​ .

-  『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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