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리/도종환 > 다

덕암리/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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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참나리꽃 조팝나무 산철쭉
잘나고 못난 꽃들이 아니라
얼굴빛과 향기가 서로 다른 꽃들이 모여
동산을 환하게 가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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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전나무 오리나무 가문비나무
저만 홀로 우뚝 솟은 나무가 아니라
특별히 잘난 데 없는 그만그만한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산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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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앞산의 편안한 배경이 되어주고
그 뒷산이 또 다가와 은은한 그림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풍경은 앞산 뒷산이 함께 만듭니다
덕암리 고즈넉한 산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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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고 버려지고 쓸모없어 보이는
풀포기 돌멩이 잡목 몇 그루가 모여
천 년을 다시 살아갈 언덕이 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집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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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