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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후회도 없이/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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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회 작성일 2025-04-14 10:56: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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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도 없이/나희덕

뒤엉켜 살지 않고는 온전할 수 없었던
등나무, 그 시간들이
이젠 뼈만 남아 흐르고 있다

지주목이든 제 식솔이든
휘감고 뻗어가는 것만이 진실이었다는 듯
무성했던 집념의 흔적들을 내보낸다

초록이 이불 걷어내고야
등불 같던 꽃송이 깨뜨리고 나서야
냉기 가득한 뼛속에 바람이 분다

더 이상 휘감을 것도 없는 날에는
허공을 허우적거리다가
제 몸이나 몇 바퀴 더 감아보면서

하늘이 머리카락 잡아당기면
끄덩이 잡힌 채 벽에 머리나 찧으면서

-  『그 말이 입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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