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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수레의 용도/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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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회 작성일 2025-04-14 10:55: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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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의 용도/나희덕

저에게는
늙은 어머니와 이 수레가 있을 뿐입니다.
어머니는 걷지 못하고
우리는 아침 먹을 돈이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아침을!

아침 일찍 한 소년이
수레에 어머니를 태우고 거리를 돌며 소리쳤다
조금은 절박하게

행인들이 동전을 던져 넣을 때마다
수레 속의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 머릿수건을 감싸쥐었다

덜컹거리며, 덜컹거리며, 우유병처럼 실려가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아침을!
어머니에게 아침을!

소년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저만치 언덕을 오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오르막에서 소년이 수레를 밀어올리느라 낑낑거리자
보다 못한 어머니가 수레에서 내려섰다

소년과 어머니는 언덕을 넘었다
조금은 경쾌하게, 빈 수레를 나란히 밀어올리며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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