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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담배꽃을 본 것은/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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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4-14 10:20: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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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꽃을 본 것은/나희덕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꽃을 보았다
분홍 화관처럼 핀 그 꽃을

잎을 위해서
꽃 피우기도 전에 잘려진 꽃대들,
잎그늘 아래 시들어가던
비명소리 이제껏 듣지 못하고 살았다

툭, 툭, 목을 칠 때마다 흰 피가 흘러
담뱃잎은 그리도 쓰고 매운가
담배꽃 한줌 비벼서 말아 피우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족두리도 풀지 않은 꽃을 바라만 보았다

주인이 버리고 간 어느 밭고랑에서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꽃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夏至도 지난 여름날
뙤약볕 아래 드문드문 피어 있는,
버려지지 않고는 피어날 수 없는 꽃을

-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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