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봄길에서/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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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에서/나희덕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았다
단 한 송이도
입술을 열어 용서라고 발음해주지 않았다
꽃이 난만했던 그 자리쯤
마른 꽃씨들
멀건 눈으로 흩어져 있을 뿐
벌도 날아들지 않는 봄길,
그 누가 안간힘으로
꽃들의 밤을 틀어막고 있는 것일까
불임의 봄, 어떤 울음도
터져나오지 못하고 어떤 눈부심도
허락되지 않은 그 길을 따라
누군가 마음 터뜨려
괜찮다 괜찮다 대답해주기 전에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었다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았다
단 한 송이도
입술을 열어 용서라고 발음해주지 않았다
꽃이 난만했던 그 자리쯤
마른 꽃씨들
멀건 눈으로 흩어져 있을 뿐
벌도 날아들지 않는 봄길,
그 누가 안간힘으로
꽃들의 밤을 틀어막고 있는 것일까
불임의 봄, 어떤 울음도
터져나오지 못하고 어떤 눈부심도
허락되지 않은 그 길을 따라
누군가 마음 터뜨려
괜찮다 괜찮다 대답해주기 전에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었다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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