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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적인 죽음/나희덕
 - 故 김태정 시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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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으로 빛이 들면
눈동자는 굴광성 식물처럼 감응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희미해져 갈 때마다
숨소리는 견딜 수 없이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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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수면 위로 뻐끔거리는 입,
병실에는 그녀가 광합성으로 토해놓은 산소들이
투명한 공기방울이 되어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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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공기방울에서는 수레국화 비슷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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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시들어가던 그녀가
침대 시트의 문양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빛을 향해 열렸던 눈과 귀가 닫힌 문처럼 고요해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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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도 사물도 아닌,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한 떨기 죽음으로 완성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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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투명해질 때까지
죽음을 길들이느라 남은 힘을 다 써버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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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발걸음dl 멈추고
멀리서 수레국화 한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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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1963~2011) 서울 출생, 1991년 《사상문예운동》에 〈雨水〉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전남 해남에서 살다가 암에 걸려 미황사에서 사망함(옮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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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