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진흙 눈동자/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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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눈동자/나희덕
몇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
아버지, 부르면
그제야 너 왔냐, 웃으신다
갑자기 식어버린,
열려 있지만 더 이상 피가 돌지 않는
저 눈동자 속에
어느 손이 진흙을 메워버렸나
괜찮다, 한 눈은 아직 성하니
세상을 반쯤만 보고 살라는 모양이다
조금씩 흙에 가까워지는 게지,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고요한 진흙 눈동자,
그 속에 앞산의 나무 몇 그루 들어와 있다
-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 2004)
몇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
아버지, 부르면
그제야 너 왔냐, 웃으신다
갑자기 식어버린,
열려 있지만 더 이상 피가 돌지 않는
저 눈동자 속에
어느 손이 진흙을 메워버렸나
괜찮다, 한 눈은 아직 성하니
세상을 반쯤만 보고 살라는 모양이다
조금씩 흙에 가까워지는 게지,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고요한 진흙 눈동자,
그 속에 앞산의 나무 몇 그루 들어와 있다
-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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