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품/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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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나희덕
세상에!
오동나무 한 그루에
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크기는 크지만
반 넘어 썩어가는 나무였다.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거리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빈 가지가 있어야지.
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
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
툭 툭 터지는 오동 열매에
까치들 놀라서 날아올랐다가
검은 등걸 위로
다시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 『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2004)
세상에!
오동나무 한 그루에
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크기는 크지만
반 넘어 썩어가는 나무였다.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거리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빈 가지가 있어야지.
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
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
툭 툭 터지는 오동 열매에
까치들 놀라서 날아올랐다가
검은 등걸 위로
다시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 『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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