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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중] 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말/나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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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1회 작성일 2025-03-25 18:59: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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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말/나석중

엊그제 모란시장에 가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린 적 있다
사람과 상품과 시끄러운 소리가 요리조리 섞이는 걸 보는 재미로
어릴 적 어머니 꽁무니를 놓치고 지금 내가 무얼 구하러 왔나를 잠시 잊는
그렇게 복작대던 여름 끝에 와서, 더위가 한풀 꺾이었다는 말은
한철 잊힌 외로움이 다시 시작된다는 말
 
홀로 산성을 오르는 길
떡갈나무 숲을 지나 산사의 풍경 소리를 내고 살갗에 와 닿는 이 서늘한 바람은
지금 어디서부터 오는 길인가?
 
불현듯, 더위가 한풀 꺾이었다는 말 속에는
짐승이 살찌고 나무가 마르고 나무 같은 사람도 꾸둑꾸둑 여위어갈 것이니
하염없이
빽빽한 토란잎 그늘에서 기어나온 작은 풀벌레 같을 것이니
 
*모란시장: 성남에 있는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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