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내가 마실 갈 때/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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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실 갈 때/나희덕
마음이 하수구처럼 꾸룩거릴 때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그곳에 가야지
나를 씻어줄 강물 있는 곳
물줄기도 즈이들끼리 만나는 그곳
어느날 내 발목을 끌러 마실 간다
양평장날에 왔던 아낙들
봉다리 몇개씩 들고 올라타자
버스는 강을 따라 시원스럽게 달린다
플라스틱 도시락, 설탕 한 포, 북어포,
그런 걸 사려고 강 따라 머리 날리며
그들은 마실을 나왔나
양수리에도 있을 그런 것들을
나는 못견뎌 양수리로 가는데
그 양수리에는 어떤 못 견딤이 있어
이 버스 안, 조는 얼굴로 만나는가
급정거할 때마다
내 안에 출렁거리는 물결
창틀에 부딪혀 쏟아질 듯하고
양수리, 마실 나온 마음들이 스치는 곳
삶보다는 강물이 더 길게 흐르는, 그곳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마음이 하수구처럼 꾸룩거릴 때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그곳에 가야지
나를 씻어줄 강물 있는 곳
물줄기도 즈이들끼리 만나는 그곳
어느날 내 발목을 끌러 마실 간다
양평장날에 왔던 아낙들
봉다리 몇개씩 들고 올라타자
버스는 강을 따라 시원스럽게 달린다
플라스틱 도시락, 설탕 한 포, 북어포,
그런 걸 사려고 강 따라 머리 날리며
그들은 마실을 나왔나
양수리에도 있을 그런 것들을
나는 못견뎌 양수리로 가는데
그 양수리에는 어떤 못 견딤이 있어
이 버스 안, 조는 얼굴로 만나는가
급정거할 때마다
내 안에 출렁거리는 물결
창틀에 부딪혀 쏟아질 듯하고
양수리, 마실 나온 마음들이 스치는 곳
삶보다는 강물이 더 길게 흐르는, 그곳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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