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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빗방울, 빗방울/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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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5-20 18:03: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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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빗방울/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어두워진다는 것』(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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