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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기다림/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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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회 작성일 2025-04-14 17:07: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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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남진우

겨울 벌판에
누가 만들고 간 눈사람 하나 홀로 서 있다

가혹한 유형의 땅
팔다리도 없이 머리와 몸통뿐인 몸으로
칼칼한 겨울바람 견디며 기다리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눈길을 걸어
어느날 또다른 눈사람이 와주는 것을
둥근 눈사람끼리 얼싸안고
긴 밤 지평선 너머 떨어지는 별똥별
함께 지켜보는 것을

멀리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잦아들고
흐린 하늘
편대 지어 날아가던 철새들도 사라진 다음
소리없이 몸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울음에 잠시
몸을 떠는 눈사람 하나
해가 떠오르고 점차 물이 되어 녹아흐르는
눈사람 앞에 드디어
제설차가 다가와 섰다

-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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