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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고흥/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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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4 18:43: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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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황학주

눈이 오면 너는 일어나 나갔지만
눈이 오면 나는 옆으로 누워
고흥으로 떠난 적이 있다

뒤척거리는 새의 부리처럼 누워
내리는 눈발
눈의 발
거기 남은 몇모금 온기를 찾듯이 누워 젖는 몸은
너의 발 앞에 놓여 있던 발자국

혹은
멀어져가는 줄 모르고 다가가는 길을 그리던
약도였을 텐데

누대에 걸쳐
붙잡고 싶던 밤눈 속의 연애란
바깥세상 어디엔가 부리를 가져다대는 일
여기선 제발 말하지 말라고
눈이 오면 나는 옆으로 눕고

바닷가 눈 오는 공중
성냥불이 켜지는 캄캄한 내 문장의 생가
그 오래된 방문이 열릴 때
희끄무레 낡은 신발이 몇걸음
내 영혼의 어딘가를 가로질러 오면

말해도 돼, 이젠
내 꿈 밖으로 달려나가 눈송이를 맞는
그 한송이의 초점으로

​- 황학주,『사랑할 때와 죽을 때』(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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