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저수지/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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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황학주
하얀 맨발의 연꽃잎 내려앉듯 해가 다 내려가고
흙에 접을 붙인 듯 불빛이 점점점 떠오른다
연인들이 몸의 구석구석에 노후로 깃들듯이
우리가 떠난 후에도
다는 안 가지고 싶어,라고
연인들은 창문 한쪽에 써서 보여주고 있을까
문득 눈앞에나 서 있을 것 같은 펀펀한 엉덩이가
이 마음속에 언제 와 있었는지 놀라면서
수고로운 저녁을 느릿느릿 안아 들고 있을까
다 준다는 게 다 받고 싶다는 비명이었다는 것
그대 둥글게 앉아 있는 어둠 속으로 늦은 밥을 물리고 또 물렸다
그대 안쪽에서 가만히 받아주었다
옷가슴만한 봄이 숨죽이며 깜짝깜짝 놀라던
누가 보아도 그곳엔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하얀 맨발의 연꽃잎 내려앉듯 해가 다 내려가고
흙에 접을 붙인 듯 불빛이 점점점 떠오른다
연인들이 몸의 구석구석에 노후로 깃들듯이
우리가 떠난 후에도
다는 안 가지고 싶어,라고
연인들은 창문 한쪽에 써서 보여주고 있을까
문득 눈앞에나 서 있을 것 같은 펀펀한 엉덩이가
이 마음속에 언제 와 있었는지 놀라면서
수고로운 저녁을 느릿느릿 안아 들고 있을까
다 준다는 게 다 받고 싶다는 비명이었다는 것
그대 둥글게 앉아 있는 어둠 속으로 늦은 밥을 물리고 또 물렸다
그대 안쪽에서 가만히 받아주었다
옷가슴만한 봄이 숨죽이며 깜짝깜짝 놀라던
누가 보아도 그곳엔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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