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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안개​/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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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4 11:53: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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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함민복

안개는 풍경을 지우며
풍경을 그린다

안개는 건물을 지워
건물이 없던 시절을 그려놓는다

안개는 나무를 지워
무심히 지나쳐 보지 못하던 나무를 그려보게 한다

안개는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는 자동차 소리를 나누어놓는다

안개는 사방 숨은 거미줄을 색출한다
부드러운 감옥 안개에 갇히면 보임의 세계에서 해방된다

시선의 밀어냄을 흡수로 맞서며
눈동자에 겸손 축여주는 안개의 벽

안개는 물의 침묵이다
안개는 침묵의 꽃이다

- 함민복,『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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