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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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함민복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련(柱聯)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수평의 깊이를 넓히고 있었다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련(柱聯)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수평의 깊이를 넓히고 있었다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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