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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 부항재 고갯마루에 기대어/허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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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2 18:48: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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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항재 고갯마루에 기대어/허만하

 높이가 여는 전망이 아쉬워 분수령에서 흘러내리기를 멈추고 서는 산길. 억새풀 서걱임 소리 비집고 뻗친 손가락 끝에 하나 둘 정겨운 이름 남기며 잔잔하게 물결치는 소백의 산줄기.

 가슴을 엷은 이내에 묻고 아슬아슬한 몸짓으로 앞뒤로 겹치는 능선의 선율. 고갯마루에 기대어 먼발치에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나그네 눈길을 스치는 놀라움 같이 잠시 숨을 죽이는 한순간의 고요 끝에 은빛 선율은 다시 몸을 뒤집고 번득이는 강물처럼 굽이치며 흐른다. 아, 함께 듣는 요한 세바스찬 바하. 모진 더위 헤치며 열셋 헤아리는 이끼 깔린 바위 계단을 부축으로 간신히 올라섰던 청암사淸岩寺 못미처, 다시 부항재 정상에 서서 멀리 바라보는 벌써 해맑은 초겨울 바람 소리.

-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솔출판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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