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여자/허연 > 하

가마우지 여자/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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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얼지 않는
끈적하고 느린 강물 위에 떠 있는
기선들의 둔탁한 밧줄 위에 내려앉는
가마우지를 보면서
그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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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부동항에 둥지를 만든 가마우지가
그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죽기 전에는 울지 않는다는 새
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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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가슴털이 물에 젖는 물새
진화가 버린 새 가마우지
가마우지의 늑골을 보며
그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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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판장 가로등 행렬을 굽어보고 있는
눈물겹도록 낯익은 새
가마우지
저녁, 만(灣)의 냉기 속에서
날개를 말리는 가마우지가
그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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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 미터』(문학과지성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