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여자/허연 > 하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6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116
  • H
  • HOME

 

[허연] 가마우지 여자/허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2 13:36:13 댓글 0

본문

가마우지 여자/허연

겨울에도 얼지 않는
끈적하고 느린 강물 위에 떠 있는
기선들의 둔탁한 밧줄 위에 내려앉는
가마우지를 보면서
그녀를 생각했다.

위태로운 부동항에 둥지를 만든 가마우지가
그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죽기 전에는 울지 않는다는 새
가마우지.

앞가슴털이 물에 젖는 물새
진화가 버린 새 가마우지
가마우지의 늑골을 보며
그녀가 생각났다

어판장 가로등 행렬을 굽어보고 있는
눈물겹도록 낯익은 새
가마우지
저녁, 만(灣)의 냉기 속에서
날개를 말리는 가마우지가
그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오십 미터』(문학과지성사, 20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