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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림] 자반고등어 한 손/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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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회 작성일 2025-05-18 10:06: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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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 한 손/허림

끄느름하거나 비 오는 날에는 숯불에 구운 자반고등어가 먹고 싶다 시장 어물전 구석에서 어둠처럼 절은 자반고등어 비린내 그 위에 한 줌 소금 더 뿌리며 구워 먹고 싶다

끄무러지는 날에는 가끔 자반고등어를 구워 먹었다 푸른 비린내와 소금이 적당히 절어 지글지글거리는 석쇠를 뒤집으며 아주 오래오래 묵은 고등어를 숯불에 구워 먹는 걸 좋아했던 첫 애인도 생각하면서

가끔 구워 먹었다
그때부터 비린내와 소금이 내 몸에 배인 것 같다
오래오래 바다에 대한 연민이 스민 것 같다
그럴 때면 첫사랑 같은 여자를 만나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다
망망한 바다에서 못 이룬 사랑 붙잡고 놓지 않듯이

첫사랑 같은 그 여자는 뭘 할까

 - ​『말 주머니』(북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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