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 해녀의 생/허영선
페이지 정보
본문
해녀의 생/허영선
해녀들은 생의 마지막에
둥근 파도소리를 듣는다
묵은 생의 지붕을 달래주던 소리
새로운 생을 함께하던 그 소리
파도와 함께 해녀들은 바다새처럼
파도소리를 내며 생을 다한다
파도는 이미 아기 잠녀로 착지할 때
살 속 깊숙이 알처럼 박혀들었던가
생의 파편이 튀어들 듯이
끝내는 늙어 두터운 거죽으로 층을 쌓았다
한 순간도 도전 없는 날 없었다
그때
도전하고 살아남아 해녀를
살린 건 아마 유전적 비호였으리
슬쩍 스치기만 해도 뼈가 부서질 그 시간
해녀는 묵은 것들의 힘을 믿는다
발효향은 그대로는 익지 않는다
기다릴 줄 알아야 된다
그렇다면 우린 모두
어쩌면 해녀의 생 아니겠는가
아마도 먼바다 사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오던 해녀의 생 같은 것 아니겠는가
- 『해녀들』(문학동네, 2017)
해녀들은 생의 마지막에
둥근 파도소리를 듣는다
묵은 생의 지붕을 달래주던 소리
새로운 생을 함께하던 그 소리
파도와 함께 해녀들은 바다새처럼
파도소리를 내며 생을 다한다
파도는 이미 아기 잠녀로 착지할 때
살 속 깊숙이 알처럼 박혀들었던가
생의 파편이 튀어들 듯이
끝내는 늙어 두터운 거죽으로 층을 쌓았다
한 순간도 도전 없는 날 없었다
그때
도전하고 살아남아 해녀를
살린 건 아마 유전적 비호였으리
슬쩍 스치기만 해도 뼈가 부서질 그 시간
해녀는 묵은 것들의 힘을 믿는다
발효향은 그대로는 익지 않는다
기다릴 줄 알아야 된다
그렇다면 우린 모두
어쩌면 해녀의 생 아니겠는가
아마도 먼바다 사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오던 해녀의 생 같은 것 아니겠는가
- 『해녀들』(문학동네,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