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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성] 황태/홍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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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23 07:58: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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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홍사성

젊어서는 멀리 북양에 살았다
수심 깊은 넓은 바다가 놀이터였다
탄력 넘치는 몸매 춤보다 멋진 유영으로
뭇시선 한 몸에 받은 적도 있다
가장 좋았던 시절은
한배 가득 알 까서 새끼 기르던,
몸 고생 심했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때였다
뭍으로 올라온 뒤로는
창자 다 빼고 얼음물 들락거리며
진부령 덕장 눈보라에 몸 맡겼다
바늘 끝 같은 추위
진저리 치며 견디는 사이
온몸은 미라처럼 꾸덕꾸덕해졌다
이제, 쾡한 눈으로 입 벌린 채
속 노랗게 말라가는
너 -
그만하면,
어느 바닷가 선술집 술국이 되건 말건
백담사에서 도 닦던 선승이라 해도 손색없겠다

  -  『내년에 사는 법』(책만드는집,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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