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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하얀 해당화/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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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0 15:52: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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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해당화/한승원

덧니 수정 같은 그 여자의 아침 산에 노을 지면
내 저녁 하늘에 황금색 별이 뜨곤 하여
첫눈 흩뿌리는 밤
모래톱에서 울부짖는 파도 앞에 놓고 소주로 개차반 된 내가
그것
담배씨만큼만 보여달라고 하자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나서 블라우스 자락 훌렁 걷어 올려
유백색의 정구공만 한 젖무덤의 암자주색
오디
보여주고 어흑어흑 통곡하다가 눈물 콧물 훔치며 떠나간 그 여자,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먹물 빛 장삼에 백팔 염주 하고 와서
까치파도 앞으로 나 이끌어내고 곡차 여남은 잔에 혀 굽은 목 쉰 소리로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너는 발 빠른 분침으로
나는 발 느린 시침으로
한 시간마다 뜨겁게 만나자
순간을 사랑하는 숨결로 영원을 직조해내는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아, 그
노래하던 순백의 한 많은 넋.

* 첫 시집 『열애 일기』중의 「시계」첫 연.

- 『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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