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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치자꽃/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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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0 15:49: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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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한승원

아침 안개 너울 쓴
신부처럼 우윳빛 이빨 가지런히 내놓고 웃는 그녀의 가슴을
킁킁 코끝으로 더듬는데 뒷산의 뻐꾹새
뻐꾹뻐꾹 앞산의 장끼
꿩꿩 동네방네에다 소문내고 있습니다.
'저것들, 저것들
시방, 시방
사랑하고 있네에!'

그래, 차라리 사랑은
그렇게 들통나버려야만
드러내놓고 신명나게 너울거릴 수 있습니다
주변인들의 호들갑스런 너스레와 떠벌림을 축복 삼아.

 - 『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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