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승] 모모/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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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황병승
악성 독감에 걸린 모모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답게 살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쨌거나 나답게 살아야 해
다짐하며 밤새도록 열에 시달린 새벽
바다가 호수가 되고 처녀가 수염을 기르고
토끼가 사자를 쫓는 악몽에서 깨어난 뒤
모모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 천치가 되어
나답게 살자는 지난밤의 다짐을 잊고
콜록콜록 죽은 할아버지의 곰방대를 훔쳐
집을 나갔다
모모…… 그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을까
그러나 모모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모와 모가 갈가리 찢겨진 이상한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모모는 말했다
모모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모와 모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모모는 찢겨진 채로 12월을 맞았고
성탄절의 밤, 색색의 전구를 매단 트리와
음식 냄새로 가득한 옛집으로
모모는 자기도 모르게, 언젠가 한 번 와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바보 천치인 채로 돌아오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들
혹시 남은 음식이 있다면, 제게도 좀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모모의 부모는 기절할 듯한 표정으로 모모를 와락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모모에게 다가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살인마, 왜 그랬어, 바보 새끼, 뛰어내려!"
모모는 따듯한 수프와 훈제 요리를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가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모와 모에게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속삭였다
'이자들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는군'
식사를 마친 모모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두 늙은이와 어린 계집애에 대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보시오! 실은 내가 말이오, 당신들도 어쩌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사람의 탈을 쓴, 사납기 그지없는 늑대올시다! 허 허 허, 배불리먹여줘서 고맙긴 한데 나는 은혜 따위 모르는 들짐승, 이제 슬슬 배은망덕을 좀 보여드릴까?!"
모모의 부모는 근심 어린 얼굴로 모모의 두 손을 꼭 쥐었다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모모를 작은 발로 걷어차며
여전히 연극배우의 대사를 흉내 내는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모모는 두 늙은이와 어린 계집애에게 사로잡혀
겨우내 담배를 태우며 지냈다
모모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밤새도록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밤
호수가 바다가 되고 처녀가 수염을 자르고
도망치던 사자가 덥석 토끼를 낚아채는 꿈에서 깨어난 뒤
모모는 문득, 모와 모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나답게 살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쨌거나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오래전의 다짐을 떠올리고
모모는 더 이상 모와 모가 아닌 모모에게 되새기듯 말했다
모모는 언제나 의미가 없구나,
모모는 언제나 의미가 없어
모와 모가 모모가 된들 달라질 것은 없단 말이지
모모는 어느새 새처럼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겨울이 가고
이듬해 모모는 아랫마을의 처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해도 그만 행복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어엿한 처녀가 되었고
"왜 그랬어, 바보 새끼, 그럴 거면서!"
언제나 변함없는 말투 그대로였으며
모모의 늙은 부모 또한, 항상 모모의 두 손을 꼭 쥐어주었다.
악성 독감에 걸린 모모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답게 살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쨌거나 나답게 살아야 해
다짐하며 밤새도록 열에 시달린 새벽
바다가 호수가 되고 처녀가 수염을 기르고
토끼가 사자를 쫓는 악몽에서 깨어난 뒤
모모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 천치가 되어
나답게 살자는 지난밤의 다짐을 잊고
콜록콜록 죽은 할아버지의 곰방대를 훔쳐
집을 나갔다
모모…… 그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을까
그러나 모모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모와 모가 갈가리 찢겨진 이상한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모모는 말했다
모모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모와 모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모모는 찢겨진 채로 12월을 맞았고
성탄절의 밤, 색색의 전구를 매단 트리와
음식 냄새로 가득한 옛집으로
모모는 자기도 모르게, 언젠가 한 번 와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바보 천치인 채로 돌아오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들
혹시 남은 음식이 있다면, 제게도 좀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모모의 부모는 기절할 듯한 표정으로 모모를 와락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모모에게 다가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살인마, 왜 그랬어, 바보 새끼, 뛰어내려!"
모모는 따듯한 수프와 훈제 요리를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가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모와 모에게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속삭였다
'이자들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는군'
식사를 마친 모모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두 늙은이와 어린 계집애에 대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보시오! 실은 내가 말이오, 당신들도 어쩌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사람의 탈을 쓴, 사납기 그지없는 늑대올시다! 허 허 허, 배불리먹여줘서 고맙긴 한데 나는 은혜 따위 모르는 들짐승, 이제 슬슬 배은망덕을 좀 보여드릴까?!"
모모의 부모는 근심 어린 얼굴로 모모의 두 손을 꼭 쥐었다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모모를 작은 발로 걷어차며
여전히 연극배우의 대사를 흉내 내는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모모는 두 늙은이와 어린 계집애에게 사로잡혀
겨우내 담배를 태우며 지냈다
모모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밤새도록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밤
호수가 바다가 되고 처녀가 수염을 자르고
도망치던 사자가 덥석 토끼를 낚아채는 꿈에서 깨어난 뒤
모모는 문득, 모와 모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나답게 살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쨌거나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오래전의 다짐을 떠올리고
모모는 더 이상 모와 모가 아닌 모모에게 되새기듯 말했다
모모는 언제나 의미가 없구나,
모모는 언제나 의미가 없어
모와 모가 모모가 된들 달라질 것은 없단 말이지
모모는 어느새 새처럼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겨울이 가고
이듬해 모모는 아랫마을의 처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해도 그만 행복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모모의 어린 여동생은 어엿한 처녀가 되었고
"왜 그랬어, 바보 새끼, 그럴 거면서!"
언제나 변함없는 말투 그대로였으며
모모의 늙은 부모 또한, 항상 모모의 두 손을 꼭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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