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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돌멩이/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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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20 15:30: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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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함순례

강물에 잘 씻긴 돌멩이 쥐어본다
차르륵 물 흘러내리며 손바닥으로 안겨드는
돌멩이는 기억하고 있을까

달음박질 느리고 뱃심 약해 앞에 나서지 못하고
돌멩이나 날라주던 대학 시절 있었다
던진다, 던지고야 만다,
돌멩이 손에 들고 쥐었다 폈다 하며
가슴이 팽팽해졌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면
부엌문 뒤에서 틈 엿보던 때 있었다
시퍼렇게 멍든 어머니 뒤꼍으로 숨기고 두려움에 떨다가
알콜중독으로 비틀린 아버지
나 사이의
.....,

가슴 끝 조여오며 요동치던 비늘들,
한 켜 한 켜 물살에 깎이고 쓸리다
지느러미 반짝이며 여기까지 흘러온 것인가

손 안에서 따스해진 돌멩이 하나
강물로 돌려보낸다
누구나 생의 안쪽 돌멩이 하나쯤 감추고 산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 『뜨거운 발』(도서출판 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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