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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명아주/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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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9회 작성일 2025-02-11 13:51: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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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주/황인숙

어렸을 때 명아주 밭에 들어간 적이 있다
보드라웠던 듯도 하고 까실했던 듯도 하다
무뚝뚝했던 듯도 하고 나른했던 듯도 하다
튼실했던 듯도 하고 생기 없었던 듯도 하다
지금 무슨 냄새를 맡았는데,
설명할 수 없지만 명아주 냄새다
가시철망에 둘러싸였던 듯도 하고
연탄재가 뒹굴었던 듯도 하다
근처에 호박꽃이 피었던 듯도 하고 저녁이었던 듯도 하고
교회 종소리가 들렸던 듯도 하다
우리 동네였던 듯도 하고 아니었던 듯도 하고
하늘 높이 새털구름이 흩어져 있었던 듯도 하고
아무튼 나지막이
명아주 밭이었다
그리운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 시집 <자명한 산책> 문지.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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