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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46/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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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20 09:57: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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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황지우

영덕으로 가는 길목에서 짧게 엽서를 띄우오.
가슴이 콩콩 뛰고 퇴계로를 가다가도 혼자
엉엉 울어버리던 슬픔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소.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나라, 이 나라 슬픔을 횡단하여 오늘,
나, 무너지는 東海 앞에 섰소. 폭우의 예감을 잔득 진 바다 위로 내리는 잿빛 빛의 雨傘, 소형선박들이
급히 돌아오고 이곳에도 젖은 삶이 있다는 것을,
고된 그날그날과 아파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는 것을,
포구에 까옥거리는 육식의 굶은 갈매기 떼가 아우성치고 있소. 동해, 동해, 내 진흙 같은 절망을
난타하는. 성난 닭의 깃털을 단 파도가
돌아가라, 빨리 돌아가라 하오. 내일 보경사 들렀다
상경하겠소. 경주는 안 가오.

- 『나는 너다』(문학과지성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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