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아현동 가구거리에서/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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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 가구거리에서/황인숙
젖은 백발처럼 폭양을 뒤집어쓰고
폭삭 지쳐
망연자실 멈춰 서 있을 때
스스스 내 몸에
배어드는 듯, 배어나는 듯
한 켜의 내가 겹쳐진다
20년 전에도 이랬었지
자욱한 매연 와그락따그락 소음
이 거리에서 이렇게
방전되고 있었지
그때 나 아직 젊었을 적에
젊은 줄 모르고 젊었지
그때는 아무도 내게
젊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늙었다고
가르쳐주지 않는 사람이 없네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지성사, 2016)
젖은 백발처럼 폭양을 뒤집어쓰고
폭삭 지쳐
망연자실 멈춰 서 있을 때
스스스 내 몸에
배어드는 듯, 배어나는 듯
한 켜의 내가 겹쳐진다
20년 전에도 이랬었지
자욱한 매연 와그락따그락 소음
이 거리에서 이렇게
방전되고 있었지
그때 나 아직 젊었을 적에
젊은 줄 모르고 젊었지
그때는 아무도 내게
젊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늙었다고
가르쳐주지 않는 사람이 없네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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