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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선] 풀/홍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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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7 07:54: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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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홍신선

신흥 아파트 단지
헐린 집터 근처엔
마지막까지 야윈 긴 모가지를 두어 발쯤 뽑아 올리고는
속 덜 찬 새끼들을
아득히 먼 낯선 찬바람 속으로
날이면 날마다 띄워 날리는
무모한 가을풀의
쬐그만 잔등
잠투세하는, 마지막 마음의 준비가 덜렁 업혀 있다

염습하듯 더듬어 씻기고 묶는
내 거친 손 끝에
풀이여 양 옆구리의 앙상한 네 갈비뼈가
섬뜩섬뜩 만져지는

죽음의 감촉

가을 고향.

- 『자화상을 위하여』(세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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