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선] 옛날 국수를 먹으며/홍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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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국수를 먹으며/홍신선
통멸치 우려낸 장국에
몇 사리씩 삶아 건진 생각들 느물느물 풀려 떴다
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들 속에는
염천교 다방 골목이나 창가(娼街)의 한낮을 누비던
잡화 행상으로 떠돌던 주인 사내의
슬프나 결절 없는 속 가락들이 올올이 함께 풀려 떴다
얼마나 속속들이 풀려야 완벽하게 우러난
돋올새김 담백한 맛으로 깊어지는 것인가
헐벗은 쇳된 속 내부 몇은
둥근 양재기 안에 적멸의 낙을 누리듯
얼굴 없이 엎어져 떴는데
폐광이 된 금구덩이들이
산비탈 버력들 틈에 상처 핥은 짐승처럼 숨어 있는
금구면 사무소 앞
민속 식당에는
* 백석 시 「국수」중에서
- 『우연을 점 찍다』(문학과지성사, 2009)
통멸치 우려낸 장국에
몇 사리씩 삶아 건진 생각들 느물느물 풀려 떴다
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들 속에는
염천교 다방 골목이나 창가(娼街)의 한낮을 누비던
잡화 행상으로 떠돌던 주인 사내의
슬프나 결절 없는 속 가락들이 올올이 함께 풀려 떴다
얼마나 속속들이 풀려야 완벽하게 우러난
돋올새김 담백한 맛으로 깊어지는 것인가
헐벗은 쇳된 속 내부 몇은
둥근 양재기 안에 적멸의 낙을 누리듯
얼굴 없이 엎어져 떴는데
폐광이 된 금구덩이들이
산비탈 버력들 틈에 상처 핥은 짐승처럼 숨어 있는
금구면 사무소 앞
민속 식당에는
* 백석 시 「국수」중에서
- 『우연을 점 찍다』(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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