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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망원/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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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4 18:46: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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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황학주

노숙인 줄도 모르는 채
사람들은 기차를 탄다

두부과자 먹는 옆 좌석 노인이 내리고 나면
지구상의 일들은 이제 어떤 누구도 아닌
나의 작고 빛바랜 북을 두드리는 시간으로
붉은 구름의 희미한 맥박 속을 떠나가리라

하루라는 역을 어디선가 보았고
영원이라는 역장도 만난 적 있다
우주에서 노숙할 사람을
이 역에서 노숙할 사람에게 건네주고
기차는 떠난다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노숙을
가르쳐준
생의 모든 간이역들

봉긋한 아픔이 고인
밥상 위에서 식은 은하를 만나듯
아득한 망원(望遠)*
나의 하루는

* 보통열차가 서는 일본의 시골 역

- 『사랑할 때와 죽을 때』(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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