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겨울 양수리/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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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양수리/황학주
언 강을 따라 양수리까지 가
까치집 같은 데서 오뎅 국물을 마신다
조그맣게 가위질되어 강에 붙은 집
창밖에 실핏줄이 볼가진 가랑잎
심장이 작은 것들이 얼음 속에 떨어져 있다
노인은 평화방송을 들으며 라면 물을 올린다
쪽 머릿결을 한번 쓸어내릴 때의 아릿아릿한 무늬가
발에 밟힌 데 많은 눈자위 밑으로 내려간다
지는 해를 산자락이 둘러멨다 찬 서리 앉아
밑단 해진 저 치마가 사슴의 것이어서
달릴수록 더 쫓기던 사슴의 뱃살 어디여서
강은 굽은 쪽의 하얀 굳은살로
꼬옥 싸안고 있다
양수리 이 시간은
바람 속으로 이불 깔아 내리는 소리가 나고
몰랑몰랑 침묵을 주물러가는 소리가 난다
잠시도 쉬지 않는 노인이 쓰레기 버리러 가
얼음 진흙 붙은 발로 연탄재를 차자
낮은 산의 팔이 덩달아 움직인다
같이 움직인 것들을 놓아버린
마지막 이파리가 펄럭 날린다
-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언 강을 따라 양수리까지 가
까치집 같은 데서 오뎅 국물을 마신다
조그맣게 가위질되어 강에 붙은 집
창밖에 실핏줄이 볼가진 가랑잎
심장이 작은 것들이 얼음 속에 떨어져 있다
노인은 평화방송을 들으며 라면 물을 올린다
쪽 머릿결을 한번 쓸어내릴 때의 아릿아릿한 무늬가
발에 밟힌 데 많은 눈자위 밑으로 내려간다
지는 해를 산자락이 둘러멨다 찬 서리 앉아
밑단 해진 저 치마가 사슴의 것이어서
달릴수록 더 쫓기던 사슴의 뱃살 어디여서
강은 굽은 쪽의 하얀 굳은살로
꼬옥 싸안고 있다
양수리 이 시간은
바람 속으로 이불 깔아 내리는 소리가 나고
몰랑몰랑 침묵을 주물러가는 소리가 난다
잠시도 쉬지 않는 노인이 쓰레기 버리러 가
얼음 진흙 붙은 발로 연탄재를 차자
낮은 산의 팔이 덩달아 움직인다
같이 움직인 것들을 놓아버린
마지막 이파리가 펄럭 날린다
-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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