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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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최승호
옥수수밭 너머에 함초롬이 피어 있던 달맞이꽃들이 마른 대궁들로 변해, 묵은 눈 위에 서 있다. 산마루 위로 둥실 떠오르던 달도 초생달로 떴다가 한 조각 그믐달로 지고, 달빛도 적막해져서 흰 눈 위에 서걱이는 마른 대궁의 그림자나 드리울 뿐인다. 묵은 눈 위에 된서리 내리는 겨울, 내 의식의 한 뾰족한 끝이, 달맞이꽃이 사라지고 달맞이꽃을 보던 나도 사라지는, 적멸을 겨눈다.
-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세계사, 1993)
옥수수밭 너머에 함초롬이 피어 있던 달맞이꽃들이 마른 대궁들로 변해, 묵은 눈 위에 서 있다. 산마루 위로 둥실 떠오르던 달도 초생달로 떴다가 한 조각 그믐달로 지고, 달빛도 적막해져서 흰 눈 위에 서걱이는 마른 대궁의 그림자나 드리울 뿐인다. 묵은 눈 위에 된서리 내리는 겨울, 내 의식의 한 뾰족한 끝이, 달맞이꽃이 사라지고 달맞이꽃을 보던 나도 사라지는, 적멸을 겨눈다.
-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세계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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