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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금낭화 아래/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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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회 작성일 2025-04-20 20:39: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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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아래/최영철​

​흰 이빨 위로 오목한 입술 줄줄이 매단
금낭화 옆을 지나며
누구는 부처에게로 가는 연등 행렬이라 했지만
가타부타 한마디 말없이 제 몸을 으스대는
금낭화 행렬이 그만 보기 싫었습니다
제 이쁜 구석을 길 위에 앞세운 그것들을
넋빠져 바라보기에는
금낭화 몸 밖으로 보내느라 으스러지고 팍팍해진
저 아래 흙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한 시절 찰지고 눅눅했을 그 젖가슴들은
금낭화 자식을 셋 넷 다섯 여섯 끝도 없이 내보내느라
마른버짐 핀 살갗에 쭈글쭈글 수심만 깊었습니다
자식들 놀다 박차고 나간 빈 자궁에
그렁그렁 근심만 수북합니다
몸져누운 어미를 딛고 줄줄이 서서
제 이쁜 모습을 자랑하는 금낭화 옆을 지나며
그만 먼데로 눈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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