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돌돌/최영철
페이지 정보
본문
돌돌/최영철
순한 것들 돌돌 말려 죽어간다
죽을 때가 가까우면 순하게 돌돌 말린다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 꿇는 것
엊그제 떨어진 잎이 돌돌 말렸다
저 건너 건너 밭고랑
호미를 놓친 노인 돌돌 말렸다
오래전부터 돌돌 말려가고 있었다
돌돌 말린 등으로
수레가 구르듯 세 고랑을 맸다
날 때부터 구부러져 있었던 호미를 들고
호미처럼 구부러지며
고랑 끝까지 왔다
고랑에 돌돌 말려
고랑 끝에 다다른 노인 곁에
몸을 둥글게 만 잎들이 모여들었다
돌돌 저 먼데서부터 몸을 말며
여기까지 왔다
- 『돌돌』(실천문학사, 2017)
순한 것들 돌돌 말려 죽어간다
죽을 때가 가까우면 순하게 돌돌 말린다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 꿇는 것
엊그제 떨어진 잎이 돌돌 말렸다
저 건너 건너 밭고랑
호미를 놓친 노인 돌돌 말렸다
오래전부터 돌돌 말려가고 있었다
돌돌 말린 등으로
수레가 구르듯 세 고랑을 맸다
날 때부터 구부러져 있었던 호미를 들고
호미처럼 구부러지며
고랑 끝까지 왔다
고랑에 돌돌 말려
고랑 끝에 다다른 노인 곁에
몸을 둥글게 만 잎들이 모여들었다
돌돌 저 먼데서부터 몸을 말며
여기까지 왔다
- 『돌돌』(실천문학사,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