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잡초/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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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최영철
가산 탕진하고 불려나온 공공근로
잡초 같은 인생이 잡초를 뽑고 있다
이놈의 잡초들이 탄탄대로 내 가는 길 가로막았다고
승승장구 치솟던 내 가지 다 잘라버렸다고
사방팔방 뻗어가던 내 뿌리 다 엉켜버렸다고
잡초는 그럴수록 쑥쑥 자라지
보도블록 틈새 썩은 내장 하천
가뭄에 발갛게 타들어간
매서운 바람에 쑥쑥 일어나
하루에도 수십번 구둣발에 밟히지
하루에도 수백번 차바퀴에 깔리지
그것들 산에서 집으로 옮겨다놓고
타들어간 혓바닥 못 본 척했다
물 주고 싶은 마음 꾹 참고 보다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고
옮겨 심은 회분 속에서 아우성치는
잡초들을 보았다
믿을 건 오로지 제 한몸뿐이라는 걸
그새 알았는지
화분에 들어와 잠시 한숨 돌리려던 손발 거두어
이게 아니구나 이게 아니구나
마구 몸부림치며 일어서는
잡초들 보았다
비수처럼 돋아나는 무수한 싹들을
-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가산 탕진하고 불려나온 공공근로
잡초 같은 인생이 잡초를 뽑고 있다
이놈의 잡초들이 탄탄대로 내 가는 길 가로막았다고
승승장구 치솟던 내 가지 다 잘라버렸다고
사방팔방 뻗어가던 내 뿌리 다 엉켜버렸다고
잡초는 그럴수록 쑥쑥 자라지
보도블록 틈새 썩은 내장 하천
가뭄에 발갛게 타들어간
매서운 바람에 쑥쑥 일어나
하루에도 수십번 구둣발에 밟히지
하루에도 수백번 차바퀴에 깔리지
그것들 산에서 집으로 옮겨다놓고
타들어간 혓바닥 못 본 척했다
물 주고 싶은 마음 꾹 참고 보다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고
옮겨 심은 회분 속에서 아우성치는
잡초들을 보았다
믿을 건 오로지 제 한몸뿐이라는 걸
그새 알았는지
화분에 들어와 잠시 한숨 돌리려던 손발 거두어
이게 아니구나 이게 아니구나
마구 몸부림치며 일어서는
잡초들 보았다
비수처럼 돋아나는 무수한 싹들을
-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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