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새벽 우포에서/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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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우포에서/최영철
여명은 없었으나
물살이 추적대며 잠 깨는 소리 들렸다
푸른 물이끼의 눅눅한 이부자리 헤치고
늪 가까이 다가서자
낯선 발소리에 컹컹 동네 개 한 마리 짖었다
긴 밤을 엎드려 있던 게으른 안개가
그때마다 몸을 일으키자
풀썩풀썩 품 안에 갇혀 있던 새벽이
수초 틈을 헤집고 나왔다.
그중 초겨울 서리로 하얗게 얼어붙은 눈썹 몇
억새 위에 맺혔다
새벽이 빠져나간 여백으로
오래 기회를 엿보았을 습지 새들이 줄행랑을 쳤다
후드득 붕어잡이 어부들이 그물을 거두어들이자
긴 휘파람 소리 따라
지상으로 거처를 옮기는 참붕어떼,
돌아나올 때 아까 짖던 개가
잠자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 뒤를 따라나선
새벽안개를 반기는 중이었다
-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여명은 없었으나
물살이 추적대며 잠 깨는 소리 들렸다
푸른 물이끼의 눅눅한 이부자리 헤치고
늪 가까이 다가서자
낯선 발소리에 컹컹 동네 개 한 마리 짖었다
긴 밤을 엎드려 있던 게으른 안개가
그때마다 몸을 일으키자
풀썩풀썩 품 안에 갇혀 있던 새벽이
수초 틈을 헤집고 나왔다.
그중 초겨울 서리로 하얗게 얼어붙은 눈썹 몇
억새 위에 맺혔다
새벽이 빠져나간 여백으로
오래 기회를 엿보았을 습지 새들이 줄행랑을 쳤다
후드득 붕어잡이 어부들이 그물을 거두어들이자
긴 휘파람 소리 따라
지상으로 거처를 옮기는 참붕어떼,
돌아나올 때 아까 짖던 개가
잠자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 뒤를 따라나선
새벽안개를 반기는 중이었다
-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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